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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제학부터.

20여 년 전, 열심히 경제학을 공부했습니다.

경제학도로서는 아니고 국가고시에 합격해 뭐라도 되고 싶었던 보잘것없는 대학 졸업생, 사회 초년생 시절이었습니다.

정리한 내용들은 쌓여갔고, 어느샌가 그 한쪽, 한쪽이 그림처럼 머릿속에도 보관되어, 시험에 합격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후 현실 업무를 익혀가며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던 지난 시절에도, 다시금 재도약을 위해 웅크린 조그만 개구리마냥 지내는 지금도 그 정리노트를 쉽게 버릴 수 없었습니다. 나의 흔적이자, 나의 머릿속 한켠이 책장 어느 구석에 늘 그렇게 박혀있었습니다. 어느 날, 드디어 이것을 버려야 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노트를 왜 버릴 수 없었나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사회의 인정을 쫓아, 안정을 쫓아, 월급을 쫓아 살아왔기에 아직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트는 아직 내 미련을 담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책장 구석에서 가디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힌트를 주기 위해서 말이지요.. 드디어 이것을 버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작은 기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아... 나는 그저 배우는 걸 좋아했었지... 나는 그저 공부하는 걸 좋아했었지...

다들 아시겠지만,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고,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좋아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배우는 걸로는 하등 소득이 생기질 않으니까요.. 내면의 지식이나 깊이가 어느 정도 쌓일지는 모르지만, 배운다고 누군가 돈을 주진 않지요.. 오히려, 배우는 사람은 늘 가르치는 사람에게 돈을 내야 합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겁니다. 많이 벌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고, 내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편안한 노후도 누리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은 이런 밥벌이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 것은 참 자가당착이고 모순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년전 정리했던 그 노트입니다. 경제학 교재의 기본 중에 기본, 맨큐의 미시경제학, 거시 경제학.. 네, 그 교재였습니다.

 

다시, 정리노트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나의 그 욕심과 재능(저희 남편은 늘 노력도 재능이라고 위로해 주더군요..)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목표를 세우고서 하는 공부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하는 그 순간에는 늘 마음이 편안했고, 즐거웠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았고, 늘 조금 더 알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저자는 이렇게 많이 알까, 이렇게 설명을 잘할까..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었습니다. 그래서 정리노트를 버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시절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습니다. 이제, 여기에 하나하나 그 노트들을 업로드해볼까 합니다.. 종이는 삭아 없어지겠지만, 여기 티스토리에선 없어지지 않고, 랜선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겠지요...

 

노트를 다시 보니 오류도 많고, 수정해야 할 것들도 많고, 그 시절 혼자 본다는 생각에 목차나 순서를 정확하게 지키지도 않고, 빠지고 허술한 내용들 투성이네요.. 부끄럽지만, 원본을 먼저 업로드한 후,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이제 나이가 먹어서 배우면 잊어버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지경이 되었지만, 정리노트를 다시 정리하며 새로이 배워보고자 합니다. 

 

이미 넘쳐나는 훌륭하고 정확한 경제학 자료 사이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늦깎이로, 다시 배우는, 또 배우고 깜빡 잊어버리는, 배움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배운 내용을 숙제 확인받는 초등생처럼 여기에서 공유하고자 합니다.